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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2회 신진사진가상 수상자 이두기







제12회

신진사진가상 수상자 이두기

하나의 방, 두 개의 기억

미군이 떠나간 지 15년, 나는 경기 북부의 기지촌과 미군부대가 있던 곳을 찾아다녔다. 남겨진 건물들과 흔적들, 그리고 삶의 발자국들을. 과거를 더듬으려 의정부 빼벌마을을 배회하던 나는 그곳에서 두 할머니를 만났다.

옥자 할머니는 기지촌에서 미군과 결혼했다. 한국 주둔 기간이 끝난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낯선 땅에서 1년만에 딸아이가 태어났다.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국에 적응하며 아이를 키웠다. 기쁨도 잠시, 남편의 거듭되는 거짓과 외도에 지친 할머니는 이혼을 택했다. 딸의 양육권은 가져올 수 없었다. “그건 그 애 선택이었어, 내가 너무 억센 엄마였는지.”

복순 할머니는 친언니에게 속아 기지촌에 던져졌다. 18살의 어린 나이부터 너무나도 힘든 일들을 겪어야 했던 할머니는 스스로 결혼하지 않겠노라 결심했다고 한다. 아끼던 동생 옥자 할머니가 이혼 후 미국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된 복순 할머니는, 이제 그만 한국으로 돌아와 나와 함께 살자고 옥자 할머니에게 손을 건넸다. 돌아와서 한국에서 살자고, 함께 살아가 보자고.

그렇게 옥자 할머니는 기억의 시작 부분인 빼벌마을로 돌아왔다. 한국에 와서 같은 집에서 복순 할머니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것이다. 마을과 함께 나이 들어 그 주름이 여실히 남은 열 평 남짓 방은 할머니들이 살아온 발자국들로 빼곡했다. 옥자 할머니는 이 공간에서 복순 할머니를 간병하고,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한다. 언젠가 다시 딸을 만났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두 할머니는 내게 자신들의 기억과 감정들을 꺼내주었다. 나는 그것들을 정리하여 격랑의 시절, 떠밀려 가듯 여인의 인생을 살아낸 이들의 삶을 조망하고자 한다. 그 상징으로써 카메라 앞에 서 주신, 그리고 녹록치 않았던 삶을 내게 기꺼이 보여주신, 두 할머니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