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혜윰상 수상자 이강산
여인숙
공존과 상생, 인권과 평화를 위하여
타자와 동시대인으로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타자와 나의 존재 의미는 어떻게 다른가. 타자를 향한 나의 존재 방식은 무엇인가. 사진 작업을 하는 동안 이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선택한 것이 휴먼다큐멘터리 「여인숙」이다.
소외의 극점 같은 뒷골목 전통여인숙. 낮고, 좁고, 어둡고, 추운 그곳의 달방(월세방)에 엄연히 사람이 살고 있다. 대개 달방 사람들은 생계급여로 연명하는 기초수급자다. 개인 사정으로 달방에 머무는 일부를 제외하고 많은 사람이 알코올 중독자, 늙은 전문직 여성, 치매 환자,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독거 노인, 정신, 지체장애인이다. 이들은 소유한 게 없으므로 삶이 단순하고 극명하다. 생존을 위해 한두 끼의 기본 식량이나 무료급식만으로 필사적으로 살아간다.
휴먼다큐 「여인숙」프로젝트는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여인숙 사람들의 삶을 누군가는 기록해야 한다는 책무로 기획되었다. 그것은 당대에 공존하는 인간의 동질성 회복을 모색하는 가치 있는 일로서, 기록성과 사실성이라는 사진 본성 구현을 떠나서 다큐사진가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확신한다. 「여인숙」은 2007년 7월 22일, 포항 구룡포의 ‘매월여인숙’을 처음 흑백필름에 담은 뒤 15년 남짓 전국의 전통여인숙을 직접 답사하고 숙박을 하면서 촬영했다. 여인숙 실내외 촬영을 어느 정도 마친 뒤, 나는 여인숙 사람들 인물 촬영을 위해 종종 서울과 목포 등에서 한두 달씩 여인숙 달방(월세방)을 전전했다. 그리고 최근까지 대전의 ‘대덕여인숙’ 달방에 1년간 머물며 여인숙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다. 단순히 초상권 문제를 넘어서서 여인숙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동체 의식 없이는 그들의 모습과 삶을 제대로 필름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냉난방이 불가능한 0.8평짜리 독방에서 네 계절을 견디는 동안 나는 세상이 외면한 최하층민 달방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새삼 깨달았다.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달방 사람들 실존의 진실을 기록한 「여인숙」 다큐로써 동시대인의 공존과 상생, 인권과 평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