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회
뉴플렛폼상 수상자 우해미
분홍 옷 입은 엄마
2017년 2월. ‘치매1등급’이라는 의학적 진단이 내려지고서 작아진 몸이 더 작아지셨다. 짙은 색 정장을 고집하셨던 엄마의 옷이 꽃무늬 화려한 분홍색으로 바뀌었다.
음악교사로 성가대지휘자로 살아오신 시간이 30여년이다. 여전히 소리에 민감하셔서 TV와 전화소리, 모든 목소리에 대꾸하시느라 하루 종일 바쁘시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크게 반응하시고 대답하시는 엄마는 오늘도 성가를 들려드리니 예외 없이 따라 부르시고 지휘하신다. 무조건 반사처럼 엄마의 몸에 흐르는 시간을 만나는 시간이다. 치매는 주관적 가치관 안에서 추구해왔던 삶의 되감기처럼 때로는 사회통념적인 ‘나’를 벗어버린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엄마와 나는 평행선 같은 관계였다. 가족 안에서 함께한 시간의 부족은 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를 가져왔고, 엄마의 시간이 치매에 묶이고서야 엄마의 공간 안에 나의 낯선 시간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옷은 사람이 지닌 가치관이나 생각을 보여주는, 자의든 타의든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엄마의 마음을 외면하고 ‘서운함’이라는 옷을 고집스럽게 입혀왔었나 보다. 엄마는 음악을 좋아하고 ‘감사합니다’ 인사를 잘하는 분홍색 옷을 입은 할머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