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후지필름상 수상자 김선재
장항선 비둘기
붙잡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작은 것에 의미를 두고 간직하던 습관이 사진의 길로 이르게 했을지도 모른다. 23년 전 비둘기호를 찾은 이유도 그러했다. 기차는 정해진 철로를 정해진 시간에 달린다. 그러나 종착역은 항상 있는 법이고 물러날 때가 온다는 것은 비둘기호도 마찬가지였다. 아쉬움이란 마음만을 갖고 탔으나 그 안에서 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모습들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 작업은 23년 전인 1998년 11월 장항선 비둘기호 마지막 한 달의 짧은 기록이다. 비둘기호는 특별함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일상을 매일 함께했다. 사람들은 열차에서 내림으로써 하루를 시작하고 또 저녁이 되면 비둘기호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쪽잠을 청하다 가는 이 공간은 또 다른 집과 같은 안식처였다. 삶은 모두 다르지만, 비둘기호는 그들을 차별 없이 안고 달렸다. 그리고 통일호에 역할을 넘기고 이렇다 할 인사 없이 조용히 떠나갔다. 하지만 각각의 삶들은 계속됐다.
열차에서 내린 후 나의 궤도를 계속 달려왔다. 험난한 길에 발걸음이 느려진 후에야 스물일곱 때를 돌아보고 정리하게 되었다. 인생 첫 전환점의 기억을 다시 찾아온 전환점에서 떠올려본다. 다시 찾지 못한 아쉬움과 죄송함이 크다. 흐르는 시간 속에 각자의 길을 향하고 있을 그분들을 생각해 본다. 작업 속 나의 페르소나 ‘전분점 할머니’가 그리운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