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씰리사진상 우수상 수상자 류준열
호롤롤로 사이트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던 2006년의 여름,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 가면 엄청난 동양하루살이 떼의 환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때 한 노점상 할머 니가 뉴스 인터뷰 도중 동양하루살이 떼를 묘사한 ‘호롤롤로’라는 표현이 화 제가 되었는데, 그렇게 탄생한 ‘호롤롤로’라는 밈은 각종 합성에 사용되며 한 동안 인기를 끌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잊혀갔다. 내가 그것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남양주시의 동양하루살이 방제용 끈끈이 보드를 마주하게 되면서였다.
호롤롤로하며 암사동에서 날아다니던 하루살이는 어느새 남양주의 사회적 문 제가 되어 있었다. 수없이 많은 하루살이가 하늘을 메우고 이에 맞서 각종 하루살이 방제 도구들이 빛을 발하는 남양주 덕소 일대의 여름 풍경은 종의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하지만, 동시에 호롤롤로라는 몸짓의 울림이 가 지는 가벼움만큼 무용해 보였다. 하루살이는 인간을 공격할 수단이 없고, 인 간은 하루살이를 멸종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하루살이들이 사라져갈 무렵 우연히 들린 강동구 가래여울마을 강변에 서는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수중 쓰레기들을 인양하는 ‘한강 상수원 수질정화 활동’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도시가 필요로 하는 수자원을 공급하기 위해 상 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한강은 주기적으로 청소되었고, 각종 수중쓰레기 들과 함께 인양된 손바닥만 한 조개들이 강변에 나뒹굴고 있었다. 조개껍질 로 가득한 수수께끼의 강변은 이 과정에서 지워져간 조개들의 잔해로 형성된 거대한 조개무덤이었다. 어릴 적 모래 놀이터에서 마주친 조개껍질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혹시 이 놀 이터는 아득한 과거에는 바다였던 것일까, 한창 고생물에 빠져있던 무렵에는 홀로 그런 상상들을 하곤 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수억 년 동안 각종 암석과 조개껍질 등이 퇴적되어 생성된 모래는 골재 채취를 위해 강바닥에서 퍼올려졌고, 강 속의 조개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도 시가 되어왔다. 골재 채취로 인해 사라졌지만 자연에 의해 철새 도래지로 복원된 하남의 당 정섬, 매년 수질정화활동으로 인양된 쓰레기들이 적치되는 강동구 가래여울 마을, 한강의 수질 개선으로 늘어난 동양하루살이와의 전쟁을 치르는 남양주 시까지 일련의 사건들은 얼핏 서로 무관계한 것처럼 보이지만, 강물을 따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각각의 지점들을 탐구하면서 어디에나 존재하 지만 애써 보지 않으려 해온 존재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