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온빛-씰리사진상 최우수상 수상자 김예현
노 맨스 랜드 (No Man's Land)
나는 유실지뢰가 매몰된 한강, 임진강, 한탄강 유역의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며 서부전선과 중부전선 일대에 형성된 대전차장애물과 지뢰지대를 촬영했다.
1960년대 후반, '서울 요새화 계획'이 수립되면서 북한군 전차부대의 서울 진격을 막기 위해 군은 접경 지역에 대전차장애물을 대거 설치했고, 이는 '일산 신도시 군사화 계획'이 수립된 냉전 말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건설되며 확장되었다. 동시에 북한군 특작부대의 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대인지뢰를 광범위하게 매설하여 군사분계선(MDL)을 따라 그 어떤 것도 오갈 수 없는, 혹은 그렇게 믿는 땅, '무인지대(No Man's Land)'가 조성되었다.
한때는 전쟁이 중단된 국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치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대전차방호벽 붕괴와 유실지뢰로 인한 폭사 등의 아카이브를 추적하며 과거의 국가적 안보 논리가 현재의 국민을 위협하며 충돌하는 지점의 모순을 깨달았다. 군사학교에서 안보론 교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지만, 나는 이를 시대를 넘어선 국가적 차원의 거대한 '시스템 오류'로 인식했다. 나는 결국 군사학교를 그만두었고, 군인이 되기를 포기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유실된 지뢰지대를 거닐고, 냉전의 끝에서 건설된 무인지대적 외곽 도시의 ‘사진적 지도(Photographic Cartography)’를 만들며 언제나 똑바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