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나의 시선은 ‘벽’에 있었다. 거대한 구조물 자체가 어떤 이들에게는 배제와 고통의 상징이 되어 버린 벽.

한국의 언론엔 벽 안쪽에서 찍은 많은 사진들이 소개되었다. 벽 건너편이 보고 싶었다.

사진은 ‘벽’을 넘어 미국으로 가기 위해 멕시코를 종단하는 사람들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멕시코 남쪽의 과테말라 국경에서부터 북쪽의 미국이 만들어 놓은 벽까지 향해 간다.

이민자들이 멕시코 북쪽의 ‘벽’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이후 500만 달러를 내면 미국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르텔을 통해 멕시코 남쪽에서 장벽 넘어까지 가는 비용은 1만 달러다. 이 사진에 담긴 사람들은 500만 달러는커녕 그 1만 달러도 없는 이들이다.

멕시코에서는 미국으로 향하는 ‘불법’이민자들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불법이다. 길면 3000킬로가 넘는 길을 교통수단의 이용 없이 가야 한다. 이민자들은 집단을 만들어 걷거나 화물열차에 올라타고 북쪽으로 나아간다. 이들을 가로막는 것은 다양하다. 멕시코 정부의 검문과 체포, 범죄 조직의 납치, 강도, 강간, 사고 등등.

한동안 이민자들을 만나면 항상 그들에게 “왜 미국으로 가려고 하는가?”와 “미국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갈 수 있다고 믿는가?”라는 어쩌면 무례한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그들도 쉽게 말하지 못했다.

그들이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얼마나 험하고 위험한 기약할 수 없는 길인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가야 하는 사람들의 절박함과 희망을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만난 몇몇은 현재 미국에 있다. 어떤 이는 합법적으로 또 어떤 이는 불법적으로 도착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